초록
2025년 10월 한미정상회의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가능성이 공식 의제로 거론되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공식화되면서, 한국은 두 핵심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될 국제법적 논쟁의 핵심은 IAEA 「포괄적 안전조치협정(CSA)」 제14항이다. 이 조항은 비핵국이 안전조치 하의 핵물질을 비금지 군사활동에 사용할 경우 안전조치 적용을 한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1972년 채택 이후 사문화되어 있다가 2021년 AUKUS 합의를 계기로 법적 논쟁의 전면에 등장하였다. 핵잠 도입 자체는 NPT 위반이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잠수함에 핵연료가 탑재되면 IAEA가 현장 검증 능력을 잃게 된다는 데 있으며 이는 절차적 보완을 통해 관리 가능한 기술·제도적 과제다. 현재 동일한 법적 구도에서 추진 중인 호주와 브라질의 사례는 이 과제의 해결 방향을 가늠하는 비교 기준이 된다. 호주는 영·미로부터의 핵물질 이전을 수반하는 동맹 안보 논리에 기반하는 반면, 브라질은 자국 생산 저농축우라늄(LEU)을 기반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운다. 한국은 농축우라늄 국내 생산 권한이 없어 핵연료를 해외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제약은 브라질보다 호주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이 협상의 기준점을 호주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출발 조건이 불리할수록 투명성을 높여 신뢰를 선점하는 것이 협상 레버리지를 만드는 경로이며, 따라서 한국이 지향해야 할 기준점은 브라질 모델 이상이다. 한국의 IAEA 「안전조치협정」 역시 비금지 군사활동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호주와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으나, 「한미원자력협정」 상 핵물질의 군사적 이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활용이 봉쇄되어 있다. 이러한 ‘이중 구속 구조’가 핵잠 도입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분리해서 논의할 수 없는 핵심 이유이다. 이 같은 분석 아래 본 보고서는 세 가지 협상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한미원자력협정」 상 군사적 핵 이용 금지 조항의 해소가 모든 후속 협상의 최우선 선결 과제이다. 둘째, IAEA와의 제14항 특별절차 협정에서 브라질 모델을 뛰어넘는 투명성 기준을 자발적으로 제안하여 비확산 신뢰도를 외교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핵연료 주기 자립을 에너지 안보와 기술 주권의 언어로 프레이밍하여 협정 개정의 핵심 의제로 설정할 때, 논란을 방어하는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 글로벌 규범 형성자로 도약을 모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