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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프

409호

동맹을 가리지 않는 공급망 재편 경쟁: 미국 IRA와 EU의 RMA

발행일
2022-12-13
저자
오일석, 조은정
키워드
외교전략
다운로드수
1565
  • 초록

      코로나19의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동맹은 과연 존재하는가? 자유주의 진영은 미국을 중심으로 광물자원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2022년 6월 14일 ‘핵심 광물안보파트너십(MPS: Minerals Security Partnership)’을 결성하였고 이를 통해 연대를 과시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연대는 2022년 8월 16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제정으로 균열이 가기 시작하였다. IRA에 따르면 2023년부터 중국산 배터리 소재와 부품 사용시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광물과 부품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하므로 EU 및 다른 동맹국 기업들은 추가적인 비용 지불은 불가피해졌다. 

         이에 EU는 IRA가 유럽의 에너지 및 자동차 부문의 일자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같은 바이든 행정부의 유럽 기업에 대한 차별 조치에 항의해 EU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유럽연합통상기술위원회(TTC: US-EU Trade and Technology Council)’와 같은 양자 채널을 통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EU는 ‘원자재법(RMA: Raw Materials Act)’ 제정을 통해 중국의 자원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IRA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중에 통과를 목표로 하는 EU 원자재법은 리튬과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를 선정해 관련 공급망을 강화하고,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과 공급망 개발 기금을 조성해 위기 대응 역량을 개선하며, 역내 생산과 재활용, 연구·혁신(R&I)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EU의 RMA에 미국의 IRA와 유사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미국과 EU는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필요한 희소 광물자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감소시켜 안정적 자원 확보를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진영 내부를 향해서는 자국 관련 산업 발전과 신기술 생태계 보호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IRA와 EU의 RMA로 대변되는 두 거대 경제블록의 중국 배제 공급망 재편에 따른 신경전으로 인해 한국은 에너지와 원자재 시장뿐만 아니라 두 거대 경제 블럭과의 교역에서 입지가 줄어들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IRA가 보조금 문제로 한국산 전기차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EU의 RMA가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의 EU 수출을 제한한다면 한국이 입을 타격은 IRA와 달리 배터리나 전기차에 국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각국의 공급망 재편 노력이 동맹을 가리지 않고 정주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미국의 IRA뿐만 아니라 EU의 RMA 입법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한국에게 유리한 입법 결과물이 도출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진영화가 가속화되면 한국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되 EU와의 연대를 통해 진영 내부에서 한국의 이익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