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현재의 세계정세 변화는 미국 중심 패권질서의 부식, 서구 주도 국제질서의 쇠퇴, AI발전에 따른 인간과 기계의 경계 붕괴 등 다층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각 층위의 변화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며, 그 결과는 패권 공위(空位)의 혼란과 이익 기반의 각자도생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정세 하에서 한국이 스스로의 국익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정책적 선택지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구조적 이익에 대한 원칙적 입장과 관계적·거래적 이익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 ‘포용성’이 겸비되어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동맹 재정의와 부담 분담 요구, 한미 간 연루·방기 딜레마를 고려할 때, 한국은 자강에 기초한 동맹전략과 핵심 이익에 대한 주권적 선택권 제고를 위한 ‘전략적 자율성’ 확보가 긴요하다. 첨단 제조업 경쟁력과 우수한 인적자원, 매력 있는 문화, 그리고 회복력이 증명된 민주주의 제도 등 한국이 가진 자산을 활용한다면, 거래적 동맹의 시대에 한국의 이익 관철을 위한 동맹관리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피식민 경험을 가진 선진 중견국으로서 한국은 힘에 기반한 다극화의 한 축이 아니라, 동의와 협력에 기반한 규칙 기반 다자주의 질서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입장을 가진 국가들과의 중견국 연대, 국제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적극적·능동적 외교를 통해 국제규범의 수용자에서 규범 주도 국가로 나아가는 것이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 한국의 지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