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지난 6월 북러 신조약 체결 2주년을 계기로 북러 밀착의 성격과 함의를 입체적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논의가 조명하는 바는 오늘날의 북러협력이 소위 말하는 ‘개발협력’의 모습을 점차 갖춰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변국에는 군사협력을 중심축으로 한 북러 밀착의 밀도를 높여 역내 긴장감을 심화시키는 한편, 국제사회에는 기존 개발협력의 틀을 넘어 협력 분야의 확장과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시사한다. 개발 협력의 관점에서 볼 때, 북러 밀착의 질적 변화는 △상호인정 기반 파트너십 △고위급 교류와 정책조정 △북러식 경제협력의 제도화 △사회적 결속을 위한 상징사업 추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러 양국이 의도적으로 개발협력 방식을 선호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양국은 과거와 구별되는, 체계적·다분야·중장기적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다만 이러한 협력의 제도화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성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아, 북한이 현재의 북러협력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향후 두만강 자동차교 개통을 비롯한 교통·물류, 전후 재건, 해외노동자, 에너지 등 중장기 협력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이 북러협력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북·러는 군사협력에 이어 교통·보건·과학기술·교육을 포괄하는 또 하나의 협력 축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상황 변화에 따라 양축 간 협력의 무게중심을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북러관계는 높은 상황 의존성과 대외 제재라는 만성적인 제약을 안고 있으나, 그 밀착의 속도와 농도는 북중 관계와는 차별화되며 북한의 전략적 자율성과 북러 양자관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북러협력의 ‘개발협력화’는 한반도 질서의 중요한 변화 지점이자 괄목할 만한 국제협력 사례로 재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