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지난 1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오늘의 국제정세를 단순한 불안정이나 과도기가 아닌 구조적 ‘균열(rupture)’의 시기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전통적인 중견국 외교 역시 선언적 가치와 규범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우리에게도 기존 중견국 외교의 작동 원리를 재검토하고, 규범 중심의 연대에서 벗어나 실제 위기 대응과 협상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첫째, 공급망 안정과 직결된 산업과 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자산과 소프트파워 등 실체적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특정 지역 블록에 묶이지 않고 다양한 협력 의제를 추진할 수 있는 MIKTA 등 중견국 연대 플랫폼을 재설계해야 한다. △셋째, 구축된 다층적 ‘전략적 동반자’ 네트워크를 기능과 활용 방식을 기반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시도는 결국 한국이 보유한 전략자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들을 연결하고, 중견국 연대의 협력 방식을 어떻게 재설계할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러한 전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때, 한국은 단순한 중견국 일원이 아닌 중견국 연대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