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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보고

236호

러우 전쟁에서 식량전(Food Warfare)의 전개와 시사점

발행일
2023-11-30
저자
이지선
키워드
외교전략, 신안보전략
다운로드수
371
  • 초록

      지난 7월 17일 러시아 당국이 흑해곡물협정(BSGI) 연장을 거부한 이후 우크라이나 농업·항만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최근까지도 흑해 항구들을 봉쇄 중이다. 교전국 또는 전시상황에 처한 정부가 의도적으로 적국(상대편)의 식량 접근성을 볼모 삼아 자국의 영향력을 관철, 확장하는 ‘식량 무기화’ 현상은 인권 (식량권) 관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反 인도적 행위이다. 전통적으로 식량 무기화 현상은 식량부족, 경제난 그리고 무력 분쟁이 만성화된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으나, 본 전략보고는 해당 현상이 러우 전쟁에서 확산·진화된 배경과 전개 방식에 대한 추적을 시도하였다. 첫째, 푸틴의 식량전(food warfare)은 러우 전쟁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전략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다. 러시아는 2010년대 전부터 다른 국가들보다 발 빠르게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푸틴 정권 아래 해당 이슈가 농업·경제 부문을 넘어서서 정치·외교 분야에서도 높은 우선순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지난 십 년간 농업증산 수준과 식량 자급률의 변화를 살펴보더라도, 푸틴은 이를 성공적으로 제고시킴으로써 서방 제재뿐 아니라 기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력 또는 회복력 (resilience)을 확보해왔다. 둘째, 푸틴의 식량전 전략은 크게 창(공격)과 방패(방어) 전술로 나눌 수 있는데, 관련 협상이 개시되고 BSGI가 유지되는 동안 방어 전술, 즉 러시아는 서방의 대러 제재 조치들을 완화시키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자신들이 제시한 조건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4차 협정 연장을 거부하고 다시금 공격 전술(농업·항만 인프라 파괴, 역제재 강화)로 전환하였다. 셋째, 푸틴의 식량전 전술들은 아프리카에서 나타난 ‘기근 전술(hunger tactics)’보다 진화된 형태를 띠며, 단순히 식량 유입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농업·식량 인프라의 영구적 파괴, 수출 예정 또는 저장된 곡물의 전소 또는 탈취, 그리고 대체식량 수출국이 되어 아프리카·중동시장을 잠식하는 등 다양한 방식들이 목격되었다. 넷째, 식량 무기화 전략과 더불어 러시아는 활발한 ‘곡물 외교(grain diplomacy)’를 펼침으로써 일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러우 전쟁 또는 러시아의 식량전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가 다소 커 보이지 않아도, 한국의 식량·곡물 자급률은 OECD 가입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을 보이기에 향후 외부發 식량안보 위협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