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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프

426호

중국 중재의 사우디-이란 관계정상화 함의

발행일
2023-03-22
저자
박병광
키워드
외교전략 중동문제, 국교회복, 사우디-이란관계, 글로벌 안보이니셔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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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

      중국외교부는 3월 10일 베이징(北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이란 대화를 주최하여 양국이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중동지역에서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놓여 있던 사우디와 이란이 중국의 중재하에 비밀회담을 열고 단교한 지 7년 만에 외교관계 정상화를 이룬 것이다. 국내외의 대부분 언론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중동의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정상화를 중재함으로써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추락을 예견하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과연 중국의 일방적 승리이고 ‘작품’인지는 관계정상화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각국의 의도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중재에서 러시아, 프랑스, 이라크 등이 실패했지만 중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동지역에서 중국이 손에 쥔 것이 많았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작년 12월 시진핑이 사우디를 방문해 34개의 에너지·투자협정을 체결했고, 금년 2월에는 이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의 전면적 협력 강화를 발표했다. 중국은 사우디와 이란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서 에너지협력과 투자 등 양국에 제시할 당근책이 어느 나라보다 많다. 이번에 양국의 관계정상화 중재 과정에서도 중국은 두 나라가 필요로 하는 모종의 당근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은 금번 중재 역할 성공의 여세를 몰아 시진핑이 주창하는 ‘글로벌 안보이니셔티브(全球安全倡議)’를 선전하고, 국제무대에서 제3세계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미중 대결의 지렛대로 활용하고자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 관계정상화에 성공적인 중재 역할을 수행한 것만으로 중동지역에서 주도 세력인 사우디를 등에 업고 미국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획득할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중동지역의 복잡하고 불안정한 안보 지형에서 구조적으로 미국의 기능과 역할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 역시 이란과 관계정상화를 통해 양국간 직접 대화의 통로를 열었지만 양국 간 뿌리 깊은 불신과 위협 인식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한편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정상화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사우디의 행보와 셈법이다. 표면적으로는 관계정상화 합의가 중국 주도하에 중국을 빛낸 게임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사우디가 중국에게 기회를 주고, 중국을 이용하여 미국을 더욱 끌어들이고 활용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두 나라의 관계정상화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시계추 역할을 하면서 ‘국익 극대화’를 노린 ‘사우디의 게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